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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역사에서 변화하기를

반복되는 역사에서 변화하기를

일 년에 8만여 대도 생산할 수 없는 자동차 회사가 50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가진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2016년에 GM은 약 3백만 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2015년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 자동차만 해도 70만대가 넘는 반면 테슬라의 판매량은 2016년 8만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GM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월스트리트는 종종 환상을 부추긴다. 금방이라도 세상이 변할 것처럼 과장해 불과 15년의 사업경력을 가진 회사가 4개월 만에 주식 가치가 200억 달러가 늘었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그토록 단기간에 기업의 체질이 완연히 좋아질 수는 없다. 일련의 환상적인 정당화 과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월스트리트는 테슬라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보다는 기술기업이라는 점만을 강조해 테슬라를 띄웠다. 이를 통해 과장된 주식 가치를 합리화시킬 수 있었다.
테슬라 주식의 강세는 현실이고 테슬라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대중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분명 테슬라는 애플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테슬라가 새로운 애플이 될 거란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정복을 동경한다.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한 열망,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은 분명 인류 문명을 빛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소수의 천재 혹은 몽상가에 의해 변화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변화의 동력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대중의 집단지성이다. 특정 첨단기업이 세상을 선도할 수는 있다. 단, 너무 멀리 나간 기업은 변화의 실마리만을 제공한 채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 변화의 실마리를 꾸준히 현실에 적용한 현실론자에 의해서다. 몽상가는 꿈을 꾸지만 현실론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것을 구현하려 노력한다.
테슬라는 현실과 미래 지향 모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자동차는 현실적이지만 경쟁이 치열해 테슬라가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 반면, 우주개척 등은 너무 먼 미래를 보고 있다. 단지 테슬라를 치장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불거지는 이유이다.
사실, 주변엔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상당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 모두가 성공하기를 빈다. 무엇보다 기업은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 기업 가치 역시 막연한 미래가 아닌 현실을 토대로 형성돼야 한다. 신화를 만들어 기업가치를 띄우는 것은 위험하다. 대중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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